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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7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장소, 곳, 공간
2022.1.29 ⎯ 2022.4.3
김우진, 김희욱, 방수연, 손광주, 송세진, 이재훈, 좌혜선, 한성우
전시개요 

⋄  전시명 : 2022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7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장소, 곳, 공간》

⋄  참여작가 : 김우진, 김희욱, 방수연, 손광주, 송세진, 이재훈, 좌혜선, 한성우(총8명)

⋄  전시기간 : 2022. 1. 29.(토) ~ 2022. 4. 3.(일)

⋄  전시장소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  관람시간 : 평일 11:00 - 18:00ㅣ주말 및 공휴일 11:00 - 18:30 | 휴관일 없음

⋄  관람료 : 3,000원 (카페 이용 시 관람 무료)

⋄  주최/주관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전시내용

레지던시는 늘 유목적인 장소이다. 잠시 새로운 풍경을 익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장소와 공간을 작업으로 해석/기록하며 떠난다. 창작촌의 공간은 실제 작업을 생성시키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창조적 의식을 생성시키는 공간이기도 해 잠재된 전략의 창고이다. 또 레지던시 공간은 새로운 예술적 접속을 가능하게 한다. 어떤 장소와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작업은 새롭게 접속되고 확장되기 때문이다. 예술가에게 어떤 비상한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곳 혹은 초감각적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유일한 곳도 예술가의 창작공간이다.

모태인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쌓아온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은 그간 층층이 쌓아온 현장성과 작가 기록을 위시하며 예술 창작에 대한 더 친밀하고 섬세한 의미들을 부여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로 하여 예술가들의 공간 앓이를 촉발하는 양질의 환경 제공은 본래의 창작 기량에만 전념하게 하는 것으로서 늘 진력하고 있다. 작가들과 작업에 대해 나눈 특이성으로 가득한 대화들은 다시 전시로 이어지고, 이 전시들은 작가들의 또 다른 작품의 출구로 안내하듯 변용과 변태를 마다하지 않는 예술 공간의 결과로 보여 창작촌의 장소성은 상승된다. 이렇게 창작공간은 예술가 개인의 사적이며 실험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 이슈를 초감각으로 재현하는 담론의 공간이다. 또 견고한 중심의 벽과 경계에 틈을 가하며 폭발적인 감각이 확장으로 연쇄되는 비자발적 분열의 공간이기도 하다. 늘 예술적 분열은 그 특이성의 공간에서 확장하고 가능하듯 말이다.

후기주의자 들뢰즈에 의하면 자발적 능력은 ‘우리가 사물 속에 집어넣은 것만 사물로부터 끄집어내는 능력’으로 이때 발견되는 것은 발견하고자 의도했던 것뿐이며, 그것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다. 이에 대해 비자발적 능력은 아무것도 보지도 지각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자처럼 사소하게 던져진 기호를 유일한 단서로 삼아 온몸을 던져 해독하는 자, 스파이, 미친 사람, 질투에 빠진 연인이 지니는 초감각적 능력이다. 늘 이 비자발적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잠재성의 공간/ 레지던시에서의 결과들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7기 작가 김우진, 김희욱, 방수연, 손광주, 송세진, 이재훈, 좌혜선, 한성우 여덟 작가는 회화, 비디오, 설치 등의 매체로 하여 특정한 사회적 프레임과 감정의 관찰, 시간을 역류하는 무의식, 탈중심적인 사유와 구축, 몸의 욕망과 궤적 등의 영역을 작업으로 보여주며 그 대상의 의미를 가로지른다.

먼저 김우진 작가의 작업은 자신이 특정 사회를 바라보는 관찰자로 시작하여 그 속의 고착된 표준이라는 프레임에 모종의 균열을 꾀하는 작업이다. 특히 개인이 찾은 작은 질문에서 시작된 작업은 사회에 드러나지 않았거나 인식되지 않은 이야기를 관찰과 수집을 통하여 우리의 ‘마비된 시각’을 다른 위치의 시각으로 작동시킨다. 그의 < 메모리즈 프로젝트 >는 아시아의 박제화된 숨겨진 언어들, 특히 방언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언어들에 대한 기억들을 현재의 의미와 연결시킨다. 어떤 특정 언어만이 가진 표현의 다층적인 지혜의 방식을 관찰하며 그 대상이 사라지는 지점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관람객과 공유한다.

김희욱의 작업은 현대 사회라는 구조체 안에서 인간의 불안한 정서의 원인, 그로 인해 발생 되는 다양한 사건들에 집중한다. 또 그는 견고한 사회체제가 비하하는 개인의 감정을 다루면서 어떻게 감정 메커니즘과 무의식에 영향을 주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최근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기인하는 해결방법을 소비적 구조에서 찾는 것으로 자신의 < Soul4me: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는 인터넷 쇼핑몰 시리즈로 보여주는데, 이 쇼핑몰 시리즈 작업은 그가 직접 가면을 쓴 쇼핑 호스트로 출연하여 ‘건강한 영혼’을 위한 주술적인 상품을 소개한다. 이 상품을 소개하는 가면 쓴 퍼포머는 그 상품을 팔며 그 불안한 감정의 소요 방식에 대해 질문하며 모호한 감정들을 풍자한다

방수연의 회화는 빛에 대한 소회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의 풍경은 빛으로 감싸져 있거나 그림자를 통해 대상을 인식하게 하는 작업으로 빛에 대한 미시적 대상이다. 늘 어둠이 내려진 풍경에서 빛을 찾는 이야기는 역설적이기도 하지만 그 까만풍경에서 빛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회화에서 찾은 다른 그리기의 방법론이다. 그가 흑빛 속 가장 걸출하게 드러내는 대상으로 구름이나 어두운 길가의 흐릿한 등불, 변두리 창에 어른거리는 빛, 어딘가로 옮겨가는 연기 등, 그 자체로서 주목받지 않는 대상들이다. 눈앞에 보였던 풍경은 다시 심상의 풍경으로 변환되어 상상의 풍경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어둠의 공간에서 주체도 배경도 아닌 그저 잠시 머물러 있는 유동하는 빛을 그려낸 것이 그의 빛 그림이다.

손광주는 극, 실험, 다큐멘터리, 설치 등, 다양한 형식을 아우르며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한다.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직선적 시간관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하는 그의 작업은 우리가 관습적으로 알고 있는 개념적 스키마를 재구성하며 실체 없는 관념으로서의 미래가 아닌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탐구하기 위한 내러티브 실험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되는 < 파이돈 >은 2019년 극지탐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북극의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의 서사적 간극을 낭독극 형식으로 풀어낸 3채널 영상 작품이다. 북극 탐험을 위해 승선한 아라온호에서 바라본 죽어가는 북극의 풍경과 조업하는 광경, 승조원들이 낭독하는 < 파이돈 >의 구절이 재구성되어 어머니를 잃은 자신의 슬픔의 치유와 더불어 인간과 자연, 존재와 시간, 소망과 믿음에 대해 성찰하는 작업이다.

송세진의 주요작품은 이중 구조의 의미를 기반으로 한 ‘양가성’을 드러내는 작업으로서, 여러 관계와 경계를 관통하는,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감정이나 가치관, 정체성을 아우르며 작품에 드러낸다. 그는 집단과 개인의 충돌지점을 발견하고 개입하여 가치판단이 불확실한 영역을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입체, 유리, 공연 등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되는 작업 <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10년 프로젝트) >는 파우스트의 서사를 차용하여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로서 이미 완성된 단편 비디오 작업들을 모아 장편의 영화로 만들기 위한 영상으로 10년을 계획한 작업 중 일부이다.

이재훈의 회화는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조원술 연습 (造園術, Study for gardening) >은 서사가 제거된 동양화의 조형 원리와 추상적 조형 형태, 특유의 벽화기법을 통해 ‘재현된 추상’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는 < 조원술 연습 >을 통해 반복되는 한국화에 대한 문제 지점 중 동시대성의 담론에 대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특히 동양회화의 조형원리(산수화의 조형 원리를 통한 가상세계의 연결구조와 시간성을 통한 선(線)의 조형원리)로부터 새로운 조형을 재창안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는데, 동양회화의 다양한 조형적 분화와 원리의 유효성을 드러내는 것이 작업의 주요 키워드이다. 또한 자신이 제안하는 ‘재현된 추상’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추상의 새로운 범주를 모색하며 대척점에 있는 동양과 서양의 양식으로써의 관계를 해체하고 현대회화로서 추상의 새로운 논의를 < 조원술 연습 >을 통해 구축한다.

좌혜선은 ‘몸’이라는 대상의 가장 근원적인 의미를 재현한다. 노동의 현장에서 도구로 취급받는 ‘몸’에서 모든 것을 헌신하며 죽은 ‘몸’까지 그의 작업의 대상으로 그려낸다. 현대 사회가 몸의 취급방식에 따라 화면에 일치시키려는 드로잉적 실험부터 가위로 잘려진 인체 드로잉의 재배치까지 그는 ‘몸’에 대한 사건과 경험을 화면에 노출 시키는 것으로 자아를 은유한다. 이 작업은 자신이 가진 원초적인 몸의 본능에 접속함에 따라 다양한 숙명의 욕망을 화면 도처에 그려냄으로써 실존의 의미를 드러낸다.

한성우의 회화는 오래된 벽이나 바닥의 표면 흔적과 닮은 듯 그려져 있다. 물감을 두텁게 칠해진 화면은 대상의 재현이 거의 없는 거친 마티에르의 추상화처럼 보이도 하지만 대상은 늘 화면에 존재한다. 공간의 층을 그려내기도 하고 꽃 그림이 뭉글뭉글한 오랜 벽지의 이미지를 그려내기도 한다. 그의 화면은 눈과 화면 사이에 대상을 두고 무수히 물감을 발라 그 층위를 그려내며 재현하는 것이다. 그가 그려내는 재현의 대상이 늘 추상적인 이미지로 귀결되는 듯 하지만 화면은 물감이 쌓이고, 떨어지고, 긁히고, 무너지고, 다시 쌓이는 흔적의 유보된 잔상들이 작품의 목적이 된다. 한성우의 회화는 완결을 예측하지 못한 비자발적’ 층위 쌓기로 바라보는 주체로부터 늘 탈주하는 곳에 드러나는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유례없는 팬데믹에 갇혀 있던 시간 동안 아이러니하지만 입주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론에 새로운 자족적인 의미부여가 있었을 터이다. 이로 하여 그들의 창작촌의 장소는 더 깊숙했던 시간과 더불어 확장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무수의 매뉴얼과 전략을 세우고 다시 부수고, 그리며 사유한, 천안창작촌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작품을 위한 소스로 작동되길 바래본다.
《장소, 곳, 공간》(2022) 전시전경
《장소, 곳, 공간》(2022) 전시전경
《장소, 곳, 공간》(2022) 전시전경
《장소, 곳, 공간》(2022) 전시전경
《장소, 곳, 공간》(2022) 전시전경
《장소, 곳, 공간》(2022) 전시전경
《장소, 곳, 공간》(2022) 전시전경
《장소, 곳, 공간》(2022) 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