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화화生生化化: 사라지는 감각들

전시내용

생생화화生生化化: 사라지는 감각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경기문화재단과 협력하여 2025 경기 시각예술 창작지원 성과발표전 《생생화화生生化化: 사라지는 감각들》을 개최한다. 올해 경기문화재단은 시각예술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8명의 경기 작가를 선정하였으며, 이들의 신작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파주)과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수원)에서 각각 선보인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이번 전시를 통해 아홉 명의 참여 작가가 세상을 감각하는 서로 다른 방식과 태도를 통해 ‘사라진 감각의 회복과 재구성’을 탐색한다.

넘치는 정보와 초고속의 변화가 감각을 대신하는 시대,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지만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다양한 매체와 인공지능 기술은 방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지만, 그로 인해 경험되지 못한 감각들은 존재를 잃고 점차 희미해진다. 과거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공기의 냄새나 햇살의 각도, 나뭇잎의 빛깔로 감지했지만, 이제는 뉴스 속 평균기온과 데이터가 그것을 대신한다. 인간의 감각보다 수치와 데이터가 더 익숙한 시대, 감각은 현실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인간은 본래 느끼며 이해하는 존재였다. 느림과 불완전함 속에서 감각의 시간은 세계와 함께 호흡했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는 인간의 감각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변화의 속도는 감각의 리듬을 앞질러 가고, 그 간극 속에서 우리의 감각은 세계와도, 자기 자신과도 완전히 합류하지 못한 채 희미해진다. 결국 세계를 정보로만 이해하게 될 때, 인간은 세계를 ‘사는 존재’가 아니라 ‘분석하는 존재’로 머무르게 된다. 감각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단절되고, 우리의 경험은 점점 피상적으로 변해간다.

《사라지는 감각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감각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나 언어, 몸의 움직임, 그리고 예술적 행위 속에서 다른 형태로 다시 드러난다. 이 전시는 그 단절의 틈에서 세상을 다시 ‘느끼는 법’을 모색하며, 사라진 감각이 예술을 통해 어떤 새로운 형태로 다시 드러나는지를 탐구한다. 참여 작가들은 사라진 감각의 잔향을 추적하며, 보이지 않는 시간의 결, 잊혀진 온도, 미묘한 촉감과 리듬을 예술의 언어로 복원한다.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지만, 충분히 느끼지 못한다. 《사라지는 감각들》은 감각의 소멸을 애도하는 자리가 아닌, 감각이 다른 형식으로 전이되고 재배치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 이미지의 속도를 늦추고, 빛과 표면의 변화를 따라 머무는 시간을 제안한다. 관객은 걷고, 통과하고, 앉고, 바라보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몸으로 세계를 받아들인다. 생生이 화化로 옮겨가듯, 감각은 소멸하지 않는다—설명에서 체험으로, 눈에서 피부로, 데이터에서 몸으로 전이되며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큐레이터│장민현

Transits of Senses

Art Center White Block, in collaboration with the Gyeonggi Cultural Foundation, presents the Gyeonggi Visual Arts Achievement Exhibition 2025, The Breath of Fresh: Transits of Senses. This year, eighteen artists were selected through the Foundation’s Visual Arts Creation Support Program, and their new works are showcased across two venues: Art Center White Block (Paju) and Art space Gwanggyo(Suwon). At White Block, nine participating artists explore how different modes of sensing and perceptual attitudes can recover and reconfigure “disappearing senses.”

We live in a time when overflowing information and accelerated change take the place of direct sensory experience. Contemporary media and AI technologies deliver vast amounts of information with unprecedented speed, while the sensations that were once grounded in lived experience increasingly fade. Seasonal changes, once perceived through the smell of the air, the angle of sunlight, or the tone of leaves, are now registered through numerical averages and data feeds. As numbers become more familiar than the body’s perception, the senses are pushed to the outer margins of reality.

Human beings once understood the world through the act of sensing. Within slowness and incompleteness, the time of the senses breathed together with the world. But today’s world rarely waits for sensory perception. The speed of change outpaces the rhythm of the senses, leaving them unable to fully converge with the world—or with the self. When the world is grasped only as information, our relation to it shifts: we become analysts rather than dwellers. Sensory ties loosen, and experience grows increasingly superficial.

The Breath of Fresh: Transits of Senses begins from this concern. Senses do not simply disappear; rather, they re-emerge in different forms through images, language, bodily gestures, and artistic acts. This exhibition searches within the gaps of disconnection for ways to “feel the world again,” examining how lost or muted sensations may return through artistic practice. The participating artists trace the lingering resonance of such disappearing senses, restoring, through the language of art, the unseen textures of time, forgotten temperatures, and subtle vibrations and rhythms.

We understand the world, yet we do not fully feel it. Transits of Senses is not a place that mourns the disappearance of the senses, but one that creates conditions for them to shift and be repositioned in different forms. It slows down the speed of images and invites time to linger along the changes of light and surface. The viewer receives the world through the body—by walking, passing through, sitting, and looking. Just as 生 transforms into 化, the senses do not vanish; they return to us through a passage from explanation to experience, from the eye to the skin, from data to the body.

Art Center White Block Curator | Chang Min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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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혜, 물이 모이는 곳_Square, 2025, 알루미늄 판 위에 수성 스프레이, 목재, 점토, 브론즈, 62×240×400cm, 참고 이미지: 물이 모이는 곳_Triangle, 2024

손광주,_거룩한_성_시안,_2025,_단채널_비디오_스틸,_사운드,_20분.jpg

손광주, 거룩한 성: 시안, 2025,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20분. 비디오 스틸

신재은,_숭고하지_않은_아이,_2025,_단채널_FHD비디오,_4분_(반복_재생),_관객_섭취용_편지(식용_종이에_식용_잉크),_작가가_작가의_장내미생물에게_쓴_편지,_아크릴_블록,_가변_설치.jpg

신재은, 숭고하지 않은 아이, 2025, 단채널 FHD 비디오(작가의 대변에서 채취한 장내 미생물을 1000배 확대 촬영한 영상), 4분, 반복 재생; 관객 섭취용 편지(식용 종이에 식용 잉크), 작가의 장내 미생물에게 쓴 편지, 아크릴 블록, 가변 설치

현미경 촬영: 김의태

유비호,_순결하고,_강인하며_아름다운_오늘은,_2025,_3_채널_비디오_설치,_30분_(시간차_반복_재생).jpg

유비호, 순결하고, 강인하며 아름다운 오늘은, 2025, 3 채널 비디오 설치, 30분, 시간차 반복 재생. 비디오 스틸

이소요,_돌_위에_나무_위에_숲,_2025,_아카이벌_사진_프린트·종이_혼합_30장,_연필,_폴리오_박스_(ed_4,_A.P_._1),_포토에세이,_각_61_.4×28cm_(프린트종이),_가변크기_.jpg

이소요, 돌 위에 나무 위에 숲, 2025, 아카이벌 사진 프린트와 종이에 연필 드로잉 혼합 30점 (A.P.), 폴리오 박스, 나무, 포토에세이, 가변크기

임선이, 드리워진 표피와 비워진 신체의 기억, 2025, PLA 3D 프린트 등, 100×48×70cm, 부분 스케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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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윤, 샷/리버스샷 28, 2025,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약 15분. 비디오 스틸

정수,_눈꺼풀_없이_강바닥,_2025,_혼합매체,_170×70×40cm_(참고이미지_눈꺼풀_없이,_2023).jpg

정수, 눈꺼풀 없이: 강바닥, 2025, 유리, 아크릴, 나무, 네온, 렌즈, 가짜 속눈썹, 사과 및 혼합재료, 각 170×70×40cm, 4점; 가변 크기, 참고 이미지: 눈꺼풀 없이, 2023

한수지,_제논피부-개굴개굴,_2025,_단채널_비디오_스틸,_사운드,_13분_40초.png

한수지, 제논피부-개굴개굴, 2025,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13분 40초. 비디오 스틸

생생화화生生化化: 사라지는 감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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