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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명: 겉장을 넘기다.
  • 전시 작가: 김미경, 김윤숙, 백지희, 이진원, 주상연
  • 전시 기간: 2016년 5월 18일(수) – 2016년 7월 17일(일)
  • 오프닝 리셉션: 2016년 5월 27일(금) 5 pm
    

누구에게나 마음의 결, 시간의 켜, 세월의 겹이 존재한다. 작가의 내면에 켜켜이 쌓인 기억의 낱낱은 그들 고유의 감성에 언어로 순화되어, 시의 갈래처럼, 문학적 정서로 깊숙이 자리한다. ‘겉장을 넘기다’ 전시는 이러한 결, 켜, 겹을 문학적 사유와 사색으로 탐구하는 작가들(김미경, 주상연, 이진원, 백지희, 김윤숙)을 모은 장이다. 이들은 외부로부터 받은 영감을, 의식 밑에 은폐된 무의식의 흐름으로부터 피사체를 끌어 올려, 자신의 정서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전환한다. 외부로 드러난 모양새는 추상과 형상을 아우르며, 내면과 외연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 일종의 우연성까지도 내포한다. 마치 사진의 겉장, 회화의 겉장을 넘겨 한 존재의 소우주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이 작업들은 영혼의 결정체들로서 함축적 의미를 전달한다.

김미경의 창작은 지극히 사소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미세한 감정의 결로 오랜 시간을 견디는 과정을 거쳐 거듭나며, 다양한 기하학적 층위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과정의 켜들은 작가적인 모든 삶의 경험이 축적된, 미묘한 색채와 그리드로 표출된다. 텍스트와 감정, 그리고 무작위적 행위들이 응축된 그 환영의 깊은 고요함은 마음의 근원을 상기시킨다.

주상연 작업의 근원적인 화두는 침묵에서 시작된다. 그는 사색의 끝자락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 블랙홀처럼 깊이 빠져드는 침묵을 통해 두 번에 걸쳐 9개 언어(9 fruit 시리즈/1999, Dark Dirt 시리즈/2000)의 스펙트럼을 형성해낸다. 두 연작은 안(무의식)과 밖(의식)의 세계가 조우하는 관계 속에서, 음양의 조화와 같이, 알 수 없는 연산 작용으로 자연의 요소들과 무의식속에 호흡하는 영적인 감각이 기억하는 무한한 상상을 가능케 하며, 이는 현재의 작업을 구현하는 원동력이 된다.

무한공간을 응시하는 이진원은 창(窓)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빛을 만지고 자기만의 색채로 환원시킨다. 그는 모든 대상을 열어놓고 자신만의 감성과 직관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무의식적 관념에서 체화시켜 바다의 수평선위에 올려놓는다. 그 바다는 마음의 응시로서 추상성을 내포한다. 주관적 견해이지만, 감정의 극치는 그려내는 본능의 추상이며, 이진원 작가의 본능은 초기작 (2002)에서 기인한다.

그동안 보여줬던 백지희의 ‘조형적 밀어(密語)’는 그의 오랜 축적으로 형성된 태도의 잔영에 대한 결과물로 존재하며, 땅 바닥과 땅 밑처럼 회화를 지지한다. 언어와 이미지는, 그려지는 과정에서, 그 언어가 술회되는 생각의 전환점들을 다시 흔들어 배열된다. 언어와 이미지는 화면위의 이미지와 또 다른 이미지의 경계를 자유로이 위치하며 한 몸으로 거듭나고 그 경계는 자연스레 희석된다. 숲의 무성함이 감정으로 펼쳐지듯, 이 작업은 느슨한 호흡을 통해 오랜 생각들을 추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윤숙은 일상의 틈 안에서 불편함의 존재를 발견하고, 어릴 적 자연과 함께 뒹굴며 놀았던 기억과 감성으로 여행과 일상에서 스치는 풍경에 온전히 감정을 내어놓는다. 눈으로만 감상해온 어떤 대상에 대한 시선은 10년 전부터 카메라의 사각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피사체들을 기록해왔다. 자아와 영혼을 찾아나가는 그의 행위는 정해진 시간의 여백 뒤로 넘쳐흐르는 보이지 않는 공기를 품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주체의 폭을 넓혀가는 의미로서 진정성을 찾는다.

현 시대에는 펼치는 것이 너무도 많다. 눈뜰 때마다, 문 열 때마다, 컴퓨터를 켤 때마다, 책장을 열 때마다, 인식(대화)의 창을 열 때마다, 마음과 생각을 열 때마다, … , 항상 시작의 단추가 열리고 드러난 단서들은 각자 기억의 방에 저장된다. 작가들은 주어진 삶과 환경에 따라 사회적 경험을 더해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저마다 고유의 장으로 간직한다. 지난 기억들은 기억이 선택되는 현재의 시점에서 중요한 감각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키워드가 되며, 각 장이 넘겨지는 사이의 빈칸엔 마음의 태그(tag)를 표시한다. 그렇게 기억 너머로 쌓여진 두께의 장은 겉장을 넘기기 전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전시 제목이 의미하듯, 이 전시는 작가들의 지난 작업들, 즉 오래되거나 지나가버린, 잠재 기억들(창작언어)을 더듬어 재편집하고 각색하여 각 전시공간속에 특유의 색채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채 앞만 보고 달리며 두서없이 살아가는 요즘 세대들에게 지난 시대적 감성과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또한 예술의 반복과 재생이 새로운 콘텐츠로써 공간의 언어로 기능함을 보여주고, 시공간의 경계 없이 환원되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예술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관훈(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김미경 Mikyung Kim
뉴욕 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였다.

김윤숙 Yoonsuk Kim
충청북도 옥천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는 자연스럽게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이 소박하고 순순한 감수성을 형성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이제는 순수한 자연을 바라보며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만이 아니라, 그 행위 안에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다. 개인전으로는 <느린날> (2012 갤러리 류가헌, 서울)을 열었었고, 2015년에 (닻미술관, 경기도 광주)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백지희 Jeehee Paik
이화여자대학교 인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California State University에서 순수미술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개인전으로는 (2015 갤러리오핸즈, 양평), (2011 KDB대우증권 갤러리 초대전, 서울), (2010 Gallery Chosun, 서울)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서울을 보다전>(2014 서울시청 갤러리, 서울), <Phyomai전>(2011 Bridge 갤러리 개관기념전, 서울), <말없는 바람전_개관기념전>(2010 G-being 갤러리, 서울)등 의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하였다. 미국에 있는 The McDowell Colony Inc. 와 The Ragdale Foundation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Milton & Avery Fellowship(1998, NY)이 외에도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이진원 Yi, Jinwon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다. (2014 Gallery Dam), (2012 Gallery Oms, NY), (2008 목인갤러리)등을 포함해 6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2016 Gallery nook, 서울), (2015 닻미술관, 경기도 광주), <예술, 영원한 빛>(2013 예술의 전당, 서울)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경기도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주상연 Sangyon Joo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하였다. 후에 미국의 San Francisco Art Institute에서 사진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지상의 빛: Light on Ground>(2013 지상소 onground, 서울), (2006 Diego Rivera Gallery, San Francisco)등 5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단체전으로는 <침묵의 시>(2015 닻미술관, 경기도 광주), (2013 Cavallo Point, 소살리토), <말없는 언어> (2012 스페이스몸 미술관, 청주) 등 다수의 전시회에 참여하였다. 닻미술관, 성곡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등 여러 곳에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중력과 은총>(2015 닻프레스), (2008 Cavallopoint) 등 다수의 출판 서적도 출간하였다.